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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회고 & 목표

2021 회고

업무
상반기에 처음으로 파견 근무를 하게 되었고, 파견지의 개발 책임을 맡았었다. 열악한 환경이 주는 우울함, 야근으로 인한 피로도 있지만 가장 힘들었던 건 동료 개발자와의 협업이었다. 그 개발자는 회사 솔루션을 바르게 쓰지 않고 쉬운 방법으로 개발하려고 했다. 그럴 때면 솔루션을 따르라고 설득해야 했는데, 나조차도 솔루션에 대해 얕은 이해를 하고 있었기에 확신 없는 태도로 설득했고 결국 그 개발자 맘대로 코드를 짰다. 이후 코드 통합을 위해 야근과 주말 출근을 해가며 기존의 코드(나와 그 개발자의 비즈니스 로직)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솔루션을 수정해야 했다. 심지어 은행 파견이라 재택근무도 불가능했기에 정말 우울했었다. 당시 내가 프로젝트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개발자를 설득하지 못했다고 생각했고, 따라서 일정 지연과 초과 근무는 모두 내 탓이었다고 생각했다. 파견 근무 종료 후 사수님과 상반기 업무를 회고하면서 솔루션 파악 시간이 짧았던 점, 솔루션의 사용감이 좋지 못했던 것이 문제였음을 알게 되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사수님과 함께 해당 솔루션 버전 2를 개발 했다. 사용감은 물론, 부족한 기능도 채워 넣었다. 모든 부분이 직관적이면서도 확장성 있어 각 파견지 특성에 맞는 코드를 작성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 프로젝트 구조나 네이밍에 특히 신경 썼고, 샘플 코드를 작성해 솔루션을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마치 그리디 알고리즘처럼 모든 순간 최고의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로 전반적으로 좋은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암흑기라 여겼던 상반기 기간의 경험에서 가치 있는 일을 찾아 오히려 좋은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던건 모두 사수님 덕분이다. 사수님이 우리 사수님이라서 정말 다행이다. 어떤 상황에 처해도 그 안에서 개선의 여지를 찾아내고 어떻게든 그 상황을 딛고 일어나는 방법을 배워 올 한 해도 잘 보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찾아 내는 생각을 습관으로 만들어 인생의 순간순간들을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는 밑거름으로 써야겠다.
일상
올 한 해를 마치며 돌아보니 이것저것 도전하고 실패하기를 반복했던 2021년이었다.
- 도전했지만 실패한 목표: 운전면허 따기, 10km 마라톤, 턱걸이 1개, 다이어트, 아침 요가
- 도전조차 안 한 목표: 새로운 운동 배우기(복싱, 주짓수, 필라테스 등)
실패한 목표들을 돌아보면 세부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았거나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혀 놓아버린 것들이 대부분이다. 도전조차 안 한 목표는 보기에 멋있어 보이지만 하고자 하는 의지가 거의 0이었던 것 같다. 얘네는 좀 더 미뤄두고, 도전하긴 했지만 실패한 목표들은 2022년에 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겠다. 실패했을지라도 올해 조금이라도 해둔 게 있으니 내년에 다시 시작했을 때 목표 달성하기 쉽겠지. 실패한 목표들도 있었지만 이뤄낸 것들이 더 많다.
클라이밍
독립 전, 집으로부터의 도피처이자 파견 근무로 인한 스트레스 해소 목적으로 주말마다 클라이밍 센터에 갔다. 클라이밍은 내 인생에서 빠질 수 없는 휴식이었다. 덕분에 멋진 대흉근이 생겼고, 사내 클라이밍 동호회 회장으로 '추대' 되었다. 7월엔 클라이밍 대회 Lv. 1 부문에서 1위를 하기도 했다. 센터에 가면 뒷모습은 20대 같은 중장년 클라이머 선배(?)들이 있다. 몸을 움직이며 느끼는 행복함과 자존감을 오랫동안 느끼기 위해 올 한해 그래왔듯 앞으로도 온몸을 구석구석 쓸 수 있는 운동을 하고 싶다.

글쓰기
늘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문장으로 만들 때 문장의 구성이나 적절한 단어를 찾는 데에 어려움을 느꼈다. 혼자 책도 사서 읽어보고 적절한 단어를 선택해서 말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급하면 그거, 저거, 거시기 등의 대명사가 튀어나왔다. 차분히 하나의 문장을, 한 단락의 글을 쓰는 연습이 필요했다. 우연히 친구 인스타 스토리에서 글쓰기 모임을 발견해 바로 연락했다. 이미 글쓰기 모임을 시작했던 터라 다른 사람들의 글을 리뷰하는 것 부터 시작했다. 초반에 쓴 글은 엉망이었다. 기승전결이 없어 글이 튀거나 쓰다 만 글 같았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적어도 글 다운 글을 쓰기 시작했고, 이렇게 2021회고도 쓰고 있다! 아마 운동과 더불어 평생 함께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까 싶다.

결혼&독립
4년 6개월 전, 부모님이 탐탁지 않아 하는 연애를 시작했지만, 부모님이 점점 남자친구를 좋아하게 되는 과정을 거치고 작년에 프로포즈를 받았다! 코로나로 남자친구의 가족들이 한국 입국이 어려워 결혼식이 미뤄지고 결국 해가 넘어가 올해가 되었다. 올해는 꼭 결혼하기 위해 남자친구와 함께 계획을 세웠다. 각자 결혼 자금을 모으고 독립할 곳을 알아보고 한국에서 혼인 신고 방법을 찾았다. 정해진 날짜까지 돈을 모으기 위해 적금을 무리하게 들고 카페와 편의점에서의 소비도 줄였다. 목표 금액을 훨씬 넘는 금액을 모았고, 시기적절하게 행복주택에 당첨되어 대출 없이 지금 사는 아파트에 들어왔다. 비록 코로나의 장기화로 상견례는 Zoom으로 하고 식은 아직 못 올렸지만 우리 둘의 모습은 영락없는 신혼부부다. 집 안 구석구석이 우리의 취향을 담은 가구와 물건들을 늘어놓고 우리가 좋아하는 와인을 마시면서 음악을 듣는 지금, 너무 행복하다.

당근마켓 43.7℃
독립이 결정된 이후 몇십 개의 물건을 팔았다. 보풀이 있다면 제거해주고 먼지가 있다면 닦아서 사진을 찍어 판매 글에 첨부했다. 옷장 안에, 장식장 안에 숨어있던 물건들을 발굴해서 공간도 벌고 용돈도 벌었다. 내게는 필요 없는 물건들이 다른 사람에게 쓰임 받을 것을 생각하니 왠지 지구에도 좋을 것 같고 돈도 벌어서 - 애초에 쓰지 않을 물건을 안 사는 게 더 돈을 버는 거지만.. - 굉장히 뿌듯하다. 서핑
미국에서 지내던 시절 룸메이트가 서핑하는 모습을 보고 언젠간 서핑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독립 후 드디어 남편과 외박이 가능해졌고 친구네 커플과 만리포로 1박 2일 여행을 갔다. 그간 클라이밍으로 다져놓은 균형감각 덕에 후딱 파도타기에 성공했다. 그날 먹은 양고기와 칭따오가 제일 맛있었다! 식물 기르기
독립 이후에 나의 공간을 다른 생명체에게 양보할 수 있을 정도로 넓어졌다. 그 생명체라 함은 바로 나의 아가들인 식물들! 초보 식집사라 많이들 꽃 다리를 건너보냈지만 강인한 아이들이 살아남아 소소한 행복을 안겨주며 자리를 잡고 있다. 나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시절을 지나 보내고 식물과 같이 호흡하며 살아갈 수 있어 새삼 어른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크리스마스
나를 위해 미국에서부터 날아와 함께 살고 있는 남편의 전통을 지켜주고 싶었다. 크리스마스트리를 사서 그동안 함께 여행하며 모은 오나먼트와 캔디 캐인을 달아주고 크리스마스트리 향의 룸 스프레이도 주기적으로 뿌려주었다. 서로를 위한 (공식적으로는) 비밀 선물도 포장해 트리 밑에 놓아두고, 센터 피스 대신 예쁜 양초와 시나몬 스틱도 식탁에 올려두었다. 남편의 크리스마스를 잘 보존해주기 위해 시작한 크리스마스 장식들 덕분에 나도 덩달아 따뜻한 분위기에서 연말을 보냈던 것 같다. 아마 우리 부부는 매년 이렇게 연말을 보내겠지. 물레 체험
초등학교 시절 엄마를 따라 동사무소에서 도자기 만드는 법을 배웠다. 뭔갈 배웠다기보단 흙 가지고 조물조물 만들면서 놀았던 것 같다.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주변에 물레 앞에서 정확하게 대칭을 이루는 도자기를 빚는 사람들이 있었다. 언젠간 나도 물레를 차고 나만의 그릇을 만들어야지 하고 생각했었다. 도자기에 대한 갈증은 식물 생활하면서 더 강력해졌다. 물 마름이 좋은 토분을 직접 빚고 싶었다. 어차피 핸드메이드 토분이나 물레 체험비나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내가 예쁘게 만들 수 있기만 하다면 사실 더 싸다. 유튜브에서 물레 돌리는 영상을 찾아 보면서 허공에서 도자기 빚는 연습을 했다. 적당히 이미지 트레이닝을 마치고 물레 원데이 클래스에서 세 개의 화분을 만들었다. 클라이밍으로 다져진 전완근 덕분에 나름 수월하게 해냈고, 선생님께서 소질 있다고 하셨다! 돌아오는 일요일에 다시 가서 내 이름을 새겨 넣고 소성을 마치면 우리 아가들을 옮겨 심을 수 있다. 정말 기대된다!


파견 근무 종료와 결혼이 절묘하게 겹치면서 행복한 하반기를 보냈던것 같다. 우리 부부가 행복해지는 방법을 배운 해였다. 이제 이 행복을 잘 간직하기 위해 내년을 파이팅 넘치게 살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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