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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행복이

이번에 독립하게 되면서 행복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행복이는 그야말로 내 자식같은 강아지다.

행복이를 처음 데려온건, 가족들이 자주 집을 비우게 되어 스트레스를 받을 만복이의 동생을 만들어주고 싶어서였다.
유기견 입양, 강아지 파양 사이트를 뒤지던 도중 새끼 강아지를 입양보내고 싶다는 글을 발견했다. 전화를 걸어 확인해보니 강아지 카페인데 고객이 기르던 강아지가 새끼를 낳아서 분양을 돕고 있다고 했다. 마침 주말이라 전화를 끊고 바로 달려갔는데 그 곳은 다름아닌 펫샵이었다. 

우리가 가게로 들어갈 때 어떤 사람이 도망치듯 나가고 있었다. 일단 온 김에 강아지를 보고 가자 하고 둘러보니 유리 케이지 안에 아기 강아지들이 한마리씩 떨어져 들어있었다. 강아지들을 살펴볼수록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사람이 부리나케 나간 이유를, 사진속의 강아지가 앉아만 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뒷다리를 쓰지 못하는 아기 강아지는 팔 수가 없으니 입양 책임비 5만원이라도 받기 위해 펫샵에서 입양 사이트에 글을 올렸던것이었다.

유리창 밖의 나와 아빠쪽으로 뒷다리를 질질 끌며 기어오는 작은 강아지를 보니, 안쓰러운 마음과 함께 걱정이 들었다.
이런 아프고 작은 강아지를 집에 데리고 가면 우리가 키우고 있는 만복이(시바견 + 스피츠 믹스, 9kg)가 물거나 밟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선뜻 입양을 결정할 수가 없었다. 결국 우리는 만복이와 아기 강아지를 위해 입양하지 않는 것이 낫겠다고 결정을 했고, 뒤를 돌아 매장을 나가려 했다. 그 순간 유리창 사이로 나오는 작지만 힘찬 깽깽 소리를 들었다. (그때 아직 멍! 하고 짖을 수 없었다.)

뒤돌아 보니 내내 앉아있던 강아지가 힘겹게 네 다리로 부들거리며 버티고 서서 우리를 향해 소리를 내고 있었다.
옆에 있던 형제들이 주인을 만나 하나둘씩 떠나는걸 봤고, 자기가 혼자 남은 이유가 뒷다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만 같았다.

그런 행복이를 두고 올 수 없어 결국 입양 신청서를 작성하고 데리고 오게 되었다. 만복이 옆에 두니 행복이는 참 작았다. 작아도 너무 작았다. 알고보니 생후 2개월된, 아직 어미의 보호가 필요한 아기 강아지였던 것이다. 내가 행복이를 위해 어미가 되어주겠다 마음먹었고,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행복이를 살폈다. 


뒷다리를 못 쓰는 행복이는 오줌을 싸면 배에 다 묻어 늘 닦아줘야 했다. 매일매일 담요 위에서 걷기 연습을 시켰다. 관절에 좋다는 소 간도 먹이고 매일 매일 쭉쭉이 체조도 해줬다. 언제 순간부터 행복이는 걷기 시작했고 무리 없이 뛰어다니게 되었다.

물론 다른 강아지들 처럼 뛰지는 못하고 토끼처럼 두 발로 깡총거리며 뛰어다니지만, 그 모습도 귀엽고 참 감사하다.

행복도 이름처럼 늘 행복했으면 좋겠다. 

 

만복이
행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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