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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예민한 사람

지금까지 나는 내가 둔한 사람인줄 알았다. (관심없는 것에는 둔할지도 모르겠다.) 독립하고 나의 공간을 갖게 되어 주변 환경을 정리하고 물건들을 고르면서 어렴풋이 나는 좀 깐깐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 뿐이었다. 그 무렵 친구가 예민함 테스트 문항을 공유해주었다. 그 위에는 "7개 이상 속하면 예민한 편에 속함." 이라 써있었다. 14개의 항목이 나와 일치했다. 당연히 나는 둔한 사람이니까 친구에게 우스겟 소리로 인간 테스트 아니냐며 대부분의 사람이 나와 같을꺼라 생각했다. 놀랍게도 친구는 5개 밖에 해당되지 않았고, 나의 예민함을 돌아봤다. 

 

예민함이란건 어느정도 상대성을 갖는다. 다른 사람보다 세세한것, 아무것도 아닌것에 대한 집착이 예민함의 증거라는것을 몰랐다. 내 자신을 '예민함'까진 아니고 섬세한 사람이라 여겼다. 그냥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독특한 관점을 가진 사람이라 생각했다. 나는 둔한 사람이고 다른 사람들이 나보다 훨씬 둔하다고 생각했다. 일에서의 예민함은 전문성이라 여겼다. 재미교포 남편이 '은는이가' 문법을 틀리는것을 참을 수 없어 늘 고쳐주는것은 사랑이라 여겼다.

 

돌이켜보니 나의 섬세함은 나의 아이덴티티 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이 지나치는 작은 디테일에 주목하고 신경 쓰는 내가 좋다. 섬세함이 쌓여 창의성이 발휘될 때 나 스스로에게 매력을 느낀다. 회사에서 사수님을 잘 만나 사소한것에 대해 같이 고민한다. 내 친구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나를 좋아하고, 남편은 본인을 쫓아다니면서 알뜰살뜰 잘 챙겨주는 나를 사랑한다. 

 

처음에 내가 예민한 사람일까 생각했을 때에는 어감 때문일지 모르겠지만 부정적이라 생각했다. 나의 예민함이라 치부될 만한 것들의 대부분은 참을성이 없어서 남편을 괴롭히는것(?) 외에는 내가 좋아하는 나의 특징들이다. 지금까지는 아무도 없었지만 누군가가 나보고 예민하다고 하면 조금 자랑스러울지로 모르겠다. 

 

친구가 공유해줬던 예민함 테스트 문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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