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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결혼 준비

1년을 넘게 미뤄왔던 결혼식이었다.
아직 친척 어르신 중에는 우리가 결혼한 지 모르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로망이었던 하우스 웨딩을 포기한 지, 아니 결혼식 자체를 포기한 지 오래되었다.

코로나가 끝나길 기다리던 중, 덜컥 예비 신혼부부 자격으로 행복 주택에 당첨된다.
부랴부랴 zoom으로 온라인 상견례를 했고, 정신 차렸을 땐 이미 도장을 찍은 후였다.
그 이후 결혼식을 알아보러 다니다가 코로나가 심해져 포기하기를 두어번 반복했다.
"결혼식이 뭐 대수라고, 우리 둘이 이렇게 재미있는데, 이렇게 따뜻한 집에서 행복한데 말이야."라며 넘겼다.
우리 일상에 결혼식이 찾아온 건 정말 급작스러운 일이었다.
한 달 전 미국에 계신 시부모님과 영상 통화를 하던 중, 유럽을 보니 곧 우리나라도 자가격리가 없어질 것 같은데 슬슬 결혼식을 준비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하셨다. (현재 해외 입국자 중 백신 접종자는 자가격리 면제다! 야호!)

솔직히 "결혼식 안 해도 돼!"라고 외치고 다녔지만, 그동안 결혼식에 갈 때마다 어딘지 모르게 씁쓸했었던 것 같다.
오랜 시간 동안 미뤄왔던 숙제 같은 결혼식을 드디어 해치울 수 있다는 생각에 최대한 일찍 예약되는 곳을 찾아봤다.
마침 집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웨딩홀이 있기에, 바로 상담 신청을 하고 이틀 뒤 남편과 함께 웨딩홀에 방문했다.
당장 6월에 예약이 가능하고 뷔페 후기도 괜찮고(중요) 역에도 가까울뿐더러 주차 공간도 넓었다.
심지어 패키지라는 게 있어 스드메에 웨딩 스냅에 잘 알지도 못하는 서비스를 마구마구 엮어서 준단다.
정신없이 듣다 보니 결혼식을 하려면 정말 많은 일을 해야 하고, 혼자서 하기엔 벅차겠다 싶었다.
결국 계약 취소 시 계약금을 날리는(3개월 안에 결혼식을 올리는) 계약을 하고 나왔다.
이제 나는 예신이고 남편은 예랑이라고 불린다.

웨딩홀 패키지 계약금을 내고 나왔을 땐 이제 다 된 줄 알았다. 이제 시작인 걸 꿈에도 몰랐다.
분명 패키지를 구매했는데 챙겨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이 남아 있었다.
혼주 한복, 드레스, 정장, 청첩장 등을 고르고 예약하고 나니 코로나에 걸렸다.
스튜디오 촬영을 열흘 앞두고 남편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땐 정말 눈앞이 아찔했다.
남편이 나을 때쯤 나도 코로나에 걸리면 스튜디오 촬영은 어쩌지 싶었고 옮을 거면 빨리 옮아서 같이 아팠으면 했다.
다행히(?) 다음날 나도 확진되어서 우리는 8일간의 격리 후 스튜디오 촬영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아직 결혼식에 도움을 주실 분들을 섭외해야 하고 청첩장 마무리도 하는 등 할 일이 정말 많다.
다들 독립과 결혼식을 어떻게 동시에 준비하는 지 모를 노릇이다. (독립할 때도 일이 많아 힘들었다)

이렇게 많은 일들을 둘이 협업하면서 싸우고 화해하면서 결국 성공해 내야 부부가 될 수 있다는 사회적 약속 같은 걸까...

어쨌든 나름 남들보다는 쉽게, 순서는 뒤죽박죽으로 사회적으로 부부가 되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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