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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를 기쁘게 하는 것들 남편의 '짧다-길다'와 같은 한글, '十月一日'과 같은 한문 구몬 학습지가 거실에서 글 쓰고 있는 나의 허벅지 위 느껴지는 남편 종아리의 무게가 우리 부부의 취향이 듬뿍 담긴 집에서 친구들,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가 부쩍 추워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초록 초록 잘 버텨주고 있는 식물들이 클라이밍 센터에 취업해서 교육받으며 열심히 적어온 남편의 오탈자가 부족한 실력이지만 좋은 사수님,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push 한 코드가 소소한 행복으로 오늘을 채워주었고 내일을 살아가게 하는 힘을 주었다
식집사 2주차의 하루 사실 독립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식집사가 된 지도 얼마 되지 않아 루틴이랄 것이 없다. 그나마 반강제적으로라도 매일 하는 일에 대해 적어보려 한다. 아침에 눈을 뜨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스트레칭을 한다. 해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베란다 창문 가까이에 두고 습도가 높은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끼리 모아준 뒤 분무기로 물을 여러 각도로 뿌려준다. 물 한 잔과 프로바이오틱스를 먹고 어젯밤에 준비해둔 옷을 입고 출근한다. 공항철도와 9호선에서 사람들에 찡겨가며 키우고 있는 식물들의 관리법(햇빛, 물, 비료 등의 양)과 번식 방법을 검색하거나 금손들이 키워낸 대품을 보여 나의 유묘들도 저렇게 크길 기도한다. 커피 없이는 맨정신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 없으므로 출근 후 바로 커피를 사러 간다. 코로나 전엔 사서 오는 길..
예민한 사람 지금까지 나는 내가 둔한 사람인줄 알았다. (관심없는 것에는 둔할지도 모르겠다.) 독립하고 나의 공간을 갖게 되어 주변 환경을 정리하고 물건들을 고르면서 어렴풋이 나는 좀 깐깐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 뿐이었다. 그 무렵 친구가 예민함 테스트 문항을 공유해주었다. 그 위에는 "7개 이상 속하면 예민한 편에 속함." 이라 써있었다. 14개의 항목이 나와 일치했다. 당연히 나는 둔한 사람이니까 친구에게 우스겟 소리로 인간 테스트 아니냐며 대부분의 사람이 나와 같을꺼라 생각했다. 놀랍게도 친구는 5개 밖에 해당되지 않았고, 나의 예민함을 돌아봤다. 예민함이란건 어느정도 상대성을 갖는다. 다른 사람보다 세세한것, 아무것도 아닌것에 대한 집착이 예민함의 증거라는것을 몰랐다. 내 자신을 '예민함'까진 아니고 ..
내가 가장 자신 없는 것 자신 없는 것을 꼽는 것보다 자신 있는 것을 꼽는 것이 더 어렵다. 나는 자신 없는 것 투성이이다. 아마 선택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 그런 것 같다. 심지어 많은 자신 없는 것 중 무엇이 가장 자신이 없는 지 결정 못 했다. 선택을 못한다는 것은 나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 대상에 대해 너무 복잡하게 이것저것 생각하기 때문일 수 있고 선택에 필요한 정보들의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할 수도 있다.(이 또한 순위를 '선택'하지 못해서..) (게으른)완벽주의자 성향이 있어서 완벽한 선택이 아닐까 걱정하다 결국 선택을 미루기도 한다. 아무튼 내가 가장 자신 없는것은 '선택하기'인것 같다. 직장에서 선택을 못 하는 건 굉장히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중요한 순간에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대신 결정을 내려줘야..
행복이 이번에 독립하게 되면서 행복이와 떨어지게 되었다. 행복이는 그야말로 내 자식같은 강아지다. 행복이를 처음 데려온건, 가족들이 자주 집을 비우게 되어 스트레스를 받을 만복이의 동생을 만들어주고 싶어서였다. 유기견 입양, 강아지 파양 사이트를 뒤지던 도중 새끼 강아지를 입양보내고 싶다는 글을 발견했다. 전화를 걸어 확인해보니 강아지 카페인데 고객이 기르던 강아지가 새끼를 낳아서 분양을 돕고 있다고 했다. 마침 주말이라 전화를 끊고 바로 달려갔는데 그 곳은 다름아닌 펫샵이었다. 우리가 가게로 들어갈 때 어떤 사람이 도망치듯 나가고 있었다. 일단 온 김에 강아지를 보고 가자 하고 둘러보니 유리 케이지 안에 아기 강아지들이 한마리씩 떨어져 들어있었다. 강아지들을 살펴볼수록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사람이 부리나케 나..
좋은 친구 되기 관종이 아닌 사람은 없는것 같다. 다만 그 정도가 다를 뿐. 어떤 사람은 여러 사람의 관심이 필요하고 어떤 사람은 소중한 사람들의 관심으로도 충분하다. 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하지만 받기 어려운 관심은 나로부터의 관심인것 같다. 내가 정말로 사랑하는것, 사랑하는 척 하는것, 싫어하는 것, 싫어하는 척 하는것. 그것들을 알아내려면 치열하게 나와 대화해야 한다. (생각보다 귀찮아서 미룰때도 많다..!) 나에 대한 관심을 통해 나를 잘 아는 사람이 되면 여유가 생기는것 같다. 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이 시험 문제를 잘 풀듯, 스스로의 면면을 미리 들여다 본 사람은 인생의 여러 순간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나는 나와의 대화를 시작한지 얼마 안됐다. 아직 생각의 깊이가 있다고 할 자신은 없지만 그동안 내가 느낀..
10년 후 나에게 넌 지금 행복하니? 지금 나는 10년 후의 내가 행복하길 바라며 인생에 큰 결정을 하는 과정에 있다. 평생 함께할 배우자를 찾았고 여러 생각을 정리중이다. 솔직히 말하면 거창한 생각끝에 결혼을 해야 겠다고 결정을 내린건 아니었다. 프로포즈를 밨았을때, 딱 삘이 왔다. 내 앞에 무릎 꿇고 있는 이 사람이랑 평생 살아도 괜찮을거라는 삘. 내 나이가 아직 결혼할 나이가 아닌지라 주변에서 많은 질문을 받았다. (특히 사회적으로 결혼 할 나이가 된 사람들에게) 어떻게 그렇게 확신할 수 있었는지, 왜 그렇게 빨리 결혼하고 싶은지? 덕분에 생각을 호다닥 정리할 수 있었다. 평생 이 사람과 함께 해도 내 자신의 색을 잃지 않을것 같다. 오히려 10년 뒤의 나의 모습은 예비 남편과 함께 하며 몸도 마음도 더 안정적이고 ..
막내가 어른이 되기 까지 나는 우리집 막내 딸이다. 언제나 귀여움은 내차지였다. 편한 사이일수록 애교도 늘고 목소리도 다소 높아진다. 회사에서 친해진 사람들은 나를 동생 대하듯 하고 (나이로 따지면 거의 막내이긴 하다) 아슬아슬 선을 넘나들며 장난을 한다. 얼마전에는 회사 사람들에게 타격감이 좋아 계속 놀리게 된다는 말을 들었다. 순간 나는 내 자신을 탓했다. 아, 내가 또 애기같은 말투로 말했나? 막내 스탠스를 취했나? 얼굴 표정이 애같았나? 그날 내 하루는 그렇게 우울함으로 가득찼다. 20살 이후부터 늘 어른스러운 모습이 되고자 노력했지만 방심하면 나오는 내 말투 내 표정 내 목소리는 그대로였다. 얼마전 친구들에게 자기혐오를 담은 하소연하다 깨달은게 하나 있다. 진짜 중요한건 나를 소중하게 여기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를..